오랜만에 베란다에 물을 주고
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.
시간이 없어서... 차 마실 시간이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
최근의 내 모습을 돌아보며
한마디로 지쳤다,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.

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바닥나는 느낌.

지난주 일요일엔 홍여사와 <모네에서 피카소까지>라는 미술전을 보러갔다.
없는 기운을 그러모아
일욜 아침부터 예술의 전당으로 항햐고 있으려니
의당 신나야 할 발걸음도 힘겨운 지경이었다.

"그렇게 힘든데 왜 나가냐?"
나가는 나에게 동생이 쏘아붙였었다.
"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남는 게 없으니까."
라고 답했지만 혼자서 몇 번이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.
'힘들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 하고
아무도 안 만나고
아무것도 즐기지 않는다면 사는 게 뭐람?'
이런 생각을 하다가도
즐기면서 산다는 것 자체가 내게 사치가 아닐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밀려왔다.
삶이란 여전히 고단함과 즐김의 중간을 찾기 힘든 어려운 과제다.



어쨌든 오늘은 간만에 억지로 의욕이라는 걸 끌어내어
구석에 처박혀 있던 오래된 티팟 하나를 꺼냈다.
차 마시기를 시작하던 무렵에 장만한 내 두 번째 티팟.
그대로 잊혀져 있었는데
최근 레트로 티팟이라며 판매하는 걸 보니 딱 이거랑 흡사했다.
(솔직히 요게 더 예쁘다. 그건 너무 길쭉해서~;;)
데꼴 플라워 티팟으로 판매되었던 건데
이제는 구하기 어렵다.



이런 단순 패턴화된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구나~
레트로란 이름으로 인기를 끄는 걸 보니~



이렇게 보면 꼭 보온팟 모양이랑 비슷하다.
아무튼 오랜만에 사용하니 새삼 애정이 샘솟는다.
변덕스러운 인간의 마음~ㅋㅋ



이건 지난달에 바우하우스 가서 사가지고 온 코렐의 삼구 접시~
백합 무늬도 있고 다양한 무늬가 있는 것도 있었지만
역시 심플한게 좋은 것 같아서 가장자리에 초록 땡땡이가 있는 걸로 골랐다.
삼구라서 찻잔 놓고, 티푸드 놓고, 우려낸 티백을 놓으면 딱 좋을 것 같았다.
매번 티트레이랑 티푸드 접시 놓기도 다 귀찮아짐..;;;




홍여사랑 예술의 전당 앞에 있는 스벅 갔다가 사가지고 온 마카롱.
청량리 스벅에는 초코랑 바닐라밖에 없는데
딸기가 있어서 방가~
홍과장이 준 박스에 잘 담아왔는데도 역시 가장자리가 뽀새져있다..;;;

역시 딸기는 우유든 잼이든 주스든 홍차든 젤루 좋아하는 것!
씨가 톡톡 씹히는 것도 재밌다~



정작 차는 정체를 알 수 없었다.
시원한 얼그레이가 마시고 싶었는데
느낌상 트와이닝의 레이디그레이 같았다.
블루플라워가 보이고
살짝 베르가못 향도 나면서 어딘가 꽃향이 어우러진 것이~
오늘은 그 꽃향이 살작 거슬렸지만
그래도 상쾌한 베르가못 향이 뒤를 받쳐주어서 맛있게 마셨다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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